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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 많았습니다. 그럼, 또 신세 질게요.

2022년엔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2월, 산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강아지 덕배가 제 집에 왔고, 우당탕탕 사고를 많이 치고 무럭무럭 자라 11월에 첫 돌을 보내며 성견이 됐습니다. 3월엔 오랜만에 입학식이라는 걸 해봤습니다. 시험공부는 어른이 되어도 하기 싫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첫 번째 방학이었던 7월엔 2년 전부터 느리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는 바이올린 학예회(?)가 있었습니다. 9월에 많은 축하와 응원을 받으며 정든 Sendbird와 이별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 후, 다시 9월, 팀 Oopy에 공동 창업자로 합류했습니다. “중년의 어른이 지속해서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라는 비전만 가지고 <연희동 산책>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아이템은 정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괜찮았던 건 같은 해 3월부터 팀과 4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차곡차곡 쌓아 올린 비전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형태가 됐든, 세상에 필요한 비전/미션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팀과 저의 소명이 담겨있어 두려움보다는 설렘이 더 컸습니다. 10월엔 <연희동 산책>의 첫 번째 시도로 운동이라는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11월에 1명의 동료가 늘었고, 동료들과 사무실을 요가클럽으로 바꾸느라 정신없었습니다. 12월 1일에 첫 고객이 상담과 동시에 등록하고 가셨습니다. 12월 19일에 첫 요가 수업을 시작했고, 12월 31일에는 <수상한 연말 파티>라는 이름으로 30만 원가량의 첫 매출이 났습니다. 이런 굵직한 이벤트들 사이에 매월, 저와 함께 책과 영화를 읽고 감상해준 트레바리 북씨-비기닝 독서 모임도 잊을 수 없습니다. 운영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났네요. 앗. 글쓰기 마감 공동체 마공도.. 그만해 김선미.
한 사람이 일 년 안에 할 수 있는 일들이 꽤 많다는 사실에 놀랍습니다. 그것도 이토록 게으르고 무계획적인 제가요. 그사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빠짐없이 만났고 술도 흥청망청 마시고 맛있는것도 잘 먹고 여행도 다니고 놀기도 잘 놀았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돌이켜보니 혼자 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덕배를 키우는 일은 부모님이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덕배를 부모님 댁에 두고, 저녁에 다시 데려갑니다. 기꺼이 자식이 벌인 일을 수습해주시는 부모님께 개를 버릇없이 키운다고 되려 타박하는 불효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학교생활은 동기들이 제가 매일 지각하느라 못 받는 석식을 꼼쳐주고, 족보도 주고, 과제도 제 몫을 작게 줬습니다.
변화가 커서 정신을 못 차리던 상반기의 저를 Sendbird 동료들이 많이 배려해주었습니다. 화상 회의에서 짖어대는 덕배를 보고 조금의 불편한 내색도 없었습니다. 학교에 다닌다고 눈치를 주는 일도 없었습니다. 퇴사하는 주제에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farewell 파티를 여러 번 해주었습니다. 그냥 술을 먹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지만 저 좋을 대로 해석하겠습니다.
Oopy팀은 2년이 넘도록 저와 관계를 유지하며 적절한 합류 시기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연희동 산책>의 초기 아이템을 정하고 이런저런 실험을 벌이는 것에 100% 신뢰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디어만 던져놓고 정신 놓고 멍때리고 있어도 어느새 결과물이 완성되어 있었습니다. 모두 동료들 덕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누가 도와준대도 손사래 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혼자 자란 탓도 있고, 완벽주의 성향에 내향적이고 우유부단해서 혼자서 느리게 가는 것이 더 편했습니다. 하지만 일을 크게 여러 개 벌려놓고 보니 혼자 감당할 수 없더라고요. 제 역량을 넘어서 버린 터라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나중엔 ‘아유 모르겠다.’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하나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 어떤 해보다 만족스럽고 즐거운 한 해였습니다. 혼자 살 수 없다는 사실이 이토록 행복한 일인 줄 몰랐습니다.
2023년 새해에는, 더 많이 도움을 주고받고 더 많은 폐를 끼치며 지내보려고 합니다. 대신 제가 잘 할 수 있는 일이면 저도 기꺼이 돕겠습니다. 언제 저를 찾아야 할지 모르시겠다면, 제가 다른 건 잘 못하는데 경청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합니다. 그리고 밥을 잘 삽니다. 계묘년 검은 토끼해에도 신세 많이 지겠습니다. 그리고, 미리 감사합니다.
그럼… 새해 첫 도움을 요청합니다. 마포구,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40세 이상의 여성분을 알 만한 지인이 생각나면 연락주셔요. ^_^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연희동 산책> 이 하는 일과 관련해서 관심 있으시면 연락주셔요. ^_^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연희/연남동 지나실 일 있으면 연락주셔요. ^_^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식사가 부담스러우면 차도…
<연희동 산책>은 “중년이 지속해서 행복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 라는 비전으로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건강 #커뮤니티 #직업 #교육 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금은 요가와 커뮤니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년을 기다려 만나게 된 덕배. 3개월차에 이미 6kg였다.
매주 화요일마다 저녁을 받아주던 고마운 동기
숙소만 잡고 무계획으로 떠난 동해 여행. 3P가 모이면 무계획이 어느 지경까지 갈 수 있는지 체험할 수 있다. 이를테면 동해 바다에 가서 산을 8시간 탄다든지..
우리우리 디자이너 현민이 만들어 준 아무말이 가득한 멋진 포스터
연희동 산책팀. 첫 단체사진.
덕배는 무럭무럭 자라 12kg의 거구가 됐다.
어른이 되면 시험에 의연해지는 줄 알았다. 아차차. 학교는 원래 친구들이랑 신나게 노는데였지. 깜빡했다.
실력이 안되면 비주얼로 압도한다.
센드버드. 너무 사랑했던 나의 유니콘
2022년 12월 31일. 연희동 산책의 <수상한 연말파티>. 이 날 첫 매출이 났다.